카스테라
p32
죽은 인간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도 우주로 올라가겠지. 무엇보다 영혼은
성층권이라는 이름의 냉장고에서 신선하게 보존되는 것이니까.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거야.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다음 세기에는 이 세계를 찾아온 모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추웠을 테니까.
많이 추웠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p74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주셔야 겠지만, 그게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승객들은 모두 전철을 타야 하고, 전철엔 이미 탈 자리가 없다. 타지 않으면, 늦는다. 신체의 안전선은 이곳이지만, 삶의 안전선은 전철 속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곳을 택하겠는가.
처음 열차가 들어오던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열차라기 보다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거대한 동물이 파아, 하아, 플랫폼에 기어와 마치 구토물을 쏟아내듯 옆구리를 찢고 사람들을 토해냈다. 아아, 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뭔가 댐 같은 것이 무너지는 광경이었고, 눈과 귀와 코를 통해 머리 속 가득 구토물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p76
어쩌면 피라미드의 건설 미결도 <억울함>이었는지 모른다. 지금 관두면 너무 억울해. 아마도 노예들의 산수란, 보다 그런 것이었겠지.
p80
결국 모든 인간은 상습범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상습적으로 전철을 타고, 상습적으로 일을 하고, 상습적으로 밥을 먹고, 상습적으로 돈을 벌고, 상습적으로 놀고, 상습적으로 남을 괴롭히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상습적으로 착각을 하고, 상습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상습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상습적을 회의를 열고, 상습적인 교육을 받고, 상습적으로 머리 어때 무릎 발 무릎 발이 아프고, 상습적으로 외롭고, 상습적으로 섹스를 하고, 상습적으로 잠을 잔다. 그리고 상습적으로 죽는다.
p84
세상은 하나의 열차다. 한 량의 정원은 180명, 그러나 실은 400명이 타야만 한다
아버지의 눈동자가 그토록 잿빛이었단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뭐랄까, 전지가 떨어진 계산기의 꺼진 액정과 같은, 그런 잿빛이었다.
p85
새로 전지를 갈아끼운 계산기의 액정에서, 새롭고 소소한 액수의 숫자들이 깜박깜박 빠르게 점멸하는 나날이었다. 그런 느낌이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그런 잿빛의 눈동자를 나는 보았다. 아버지와 색이 같은 두 개의 동심원, 나는 결국 아버지의 연산(演算)이었다. 3.1415926535897...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p102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이다. 인류의 나이는 300만 년이고, 나는 스무 살이다. 누가 뭐래도 세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한다면 자본주의의 나이는 고작 400년에 불과하다. 나는 아무래도 그 쪽이 편했다. 말과 눈치가 통하고, 우선 먹고 마시고, 입는 게 비슷했다. 즉 그런 이유로, 나는 지구와 인류보다는 자본주의와 함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늙어간다. 당신이라면, 아마도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p117
개복치는 한 번에 3억 개 정도의 알을 낳습니다. 그중 성어(成漁)가 되는 것은 한두 마리에 불과하죠. 인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코리언 스텐더즈
p184
은근히, 세상이 변하기보다는 직급이 변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어갔다.
p194
인간은 서로에게, 누구나 외계인이다.
p207
인간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무력하기 때문이었다.
대왕오징어의 기습
p220
아는 것을 힘이라고 생각하는 동물은 이 넓은 지구에서 오직 인간 뿐이다. 인간은, 실은 그래서 왜소하다.
헤드락
p250
머나먼 오클라호마의 호두나무 아래에서, 그 순간 나는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니라 한 마리의 생물(生物)이었다. 인간이란, 생존의 문제를 해결한 생물만이 비로소 얻게 되는 이름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p265
자카르타의 태양이, 우리가 앉은 노천의 테이블까지 출렁 하고 번지점프를 해왔다.
갑을고시원 체류기
p276
도서관의 양지바른 테이블 위에서 나는 한 마리의 달팽이처럼 느리고 끈적하게 생활정보지의 곳곳을 기어다녔다.
p285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화되었고, 코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 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p286-7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사실과, 이 세상은 혼자만 사는 게 아니란 사실을- 동시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모순 같은 말이지만 지금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즉, 어쩌면 인간은 - 혼자서 세상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혼자인 게 아닐까.
p299
누구에게나 인생은 하나의 고시(考試)와 같은 것이 아닐까.



사실 난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보러 갔다. 본 시리즈의 제작진과 멧 데이먼이 만난 전쟁액션영화라는 사실만 듣고는 그냥 전형적인 헐리우드 전쟁영화이려니 멧 데이먼이 전쟁영웅이려니 별 기대 없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내 취향의 영화는 분명히 아니었다. 
화이트데이 데이트용 영화로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난 뭘 믿고 대체 이 영화에 그토록 부푼 기대감을 가졌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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